김00, 17세, 남. 항상 코를 훌쩍이고 다녀 환절기만 되면 여간 괴롭지 않다. 증세가 심해지면 이비인후과와 내과를 번갈아 다니며 치료를 받지만 그때만 조금 시원하다가 곧 재발해 죽을 맛이라고 했다. 한창 멋도 내고 여학생들 앞에서 폼도 잡고 싶은데 코를 훌쩍여서 스타일이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소심해지고 우울해져서 얼굴도 항상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박00, 11세, 남. 찬바람만 불면 코가 막히고 여름엔 에어컨을 쐬도 기침이 나고 콧물이 흐른다. 어릴 때부터 감기를 달고 살았다고 했다. 중이염이 심해서 수술을 받았고 천식증상이 나타날 때는 소아과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
요즘 앨러지(알레르기)질환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앨러지 비염이 흔해지면서 환자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비인후과에 한번 다니게 되면 가다쉬다 반복하면서 몇년씩 다니는 경우도 많다. 어떤 환자는 거의 평생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대부분 오래되면 축농증이 함께 오고 중이염이나 기관지 천식이 동반되는 수도 많다.
위에서 예로 든 김군과 박군도 전형적인 앨러지 비염의 증상을 보였다. 필자의 병원에서 10회 전후의 체질 침과 체질 한약, 체질음식 처방을 해서 비염 증상은 곧 깨끗이 치료했다. 박군의 경우 중이염과 천식 증상을 치료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렸지만 결국 완치했다.
김군과 박군은 둘 다 목양 체질이었는데 어머니가 육식과 밀가루 음식은 앨러지에 좋지 않다고 지레 짐작하고 채식과 생선 위주로 먹인 경우였다.
오늘날 의학의 발달은 가히 혁명적이다. 특히 진단기기의 발달은 실로 눈부시다고 할 수 있다. 개인용 컴퓨터나 휴대전화처럼 새로 산 진단기기들이 얼마 가지 않아서 새로운 모델에 밀려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뿐만 아니라 혈액 한 방울로 웬만한 질병이나 암 등도 진단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만성 난치성 질환과 앨러지 질환의 치료 방면에서는 크게 진전된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앨러지 질환과 만성 난치성 질환은 최근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서 고혈압은 4배, 당뇨병은 4.8배나 늘었고,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앨러지 비염의 경우는 소아의 5-9%가 이환되어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의학이 제대로 발달하면 질환이 줄어야 할 텐데 오히려 그 반대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위의 두 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앨러지엔 육식과 밀가루 음식이 좋지 않은 것으로 돼있어 부모가 한사코 채식과 생선을 먹였으니 목양 체질의 아이들이 좋아졌을 리 없다.
같은 앨러지 비염이라도 목양 체질의 아이들은 주로 생선과 채식을 하면 발병하고, 반대로 금 체질의 아이들은 육식과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으면 발병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목양 체질이 많은데 채식과 생선을 권장하고 있으니 앨러지 비염 환자가 줄어들지 않는다. 최근에는 특히 웰빙 바람이 불면서 채식과 생선 인기가 높아진 것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일본은 금 체질이 많은 나라이다. 일본의 음식 문화는 생선과 채식 위주여서 일본인의 체질과 맞는 편이다.
임상에서 보면 특히 금체질의 어머니들이 자신에게 생선과 채식이 맞고 육식이나 밀가루는 불편하기 때문에 육식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채식과 생선을 먹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어떤 어머니는 매를 들면서까지 아이들의 식성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럴 때 아이들은 정서적으로도 문제가 생기게 되고 앨러지 질환은 더욱 심해진다.
자신의 체질을 제대로 알고 음식을 가리기만 해도 웬만한 앨러지 질환은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몇년씩 앨러지 비염으로 고생하던 환자들이 단 며칠간의 체질 치료로 호전되는 걸 보면 체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
|
알러지비염과 체질-<전신철 박사의 체질건강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