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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신문 2017년 3월 1일자] 보조도구 쓰는 파격 요가 쉽게, 그러나 오래 2017/04/19  9:42
  글작성자: 관리자 [첨부된 파일이 없습니다.] homepage E-mail






나무 의자가 있다. 접은 담요도 있다. 의자를 머리 쪽에 놓고 눕는다. 담요로 목과 어깨를 괸다. 천천히 두 다리를 들어 올린다. 곧게 뻗은 다리는 허공을 우아하게 가로질러 머리 위를 지나 의자 위에 놓인다. 고개는 상체와 직각이 되고, 다리도 상체와 직각이 된다. 인간의 몸과 담요, 그리고 의자가 긴밀하게 붙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른다. 디귿자 형태를 한 몸은 3분가량이 지나 천천히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요가의 누워서 하는 자세인 할라 아사나를 변형한 것이다. 누운 상태로 두 다리를 들어 올려 곧게 편 상태로 머리 뒤까지 뻗는 이 자세는 몸을 굽혀 쟁기 모양을 만든다. 자세를 유지하는 게 고통스러워 보인다. 고개는 꺾이고, 척추와 복부도 90도 이상 구부려야 한다. 하지만 이 자세는 눈과 뇌를 쉬게 해, 평온하고 맑은 마음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복부 장기의 원기를 회복시키고, 척추의 배열도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래턱이 가슴에 붙으면 답답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뇌의 긴장이 풀린다고 한다. 이런 동작을 쉽게 하기 위해 보조 도구가 동원된 것이다. 생활 주변에 흔한 담요는 목과 머리의 긴장을 풀어준다. 의자는 척추가 편하게 펴지면서, 다리가 주는 하중이 줄어들게 만든다.


맨몸으로만 하는 기존의 요가와는 확연히 다르다. 요가 동작을 하는 데 도와주는 보조 기구는 또 있다. 그네 모양의 동아줄은 쉽게 몸을 거꾸로 유지하게 한다. 푹신하고 커다란 베개는 등을 활처럼 휘게 도와준다. 벽에 걸린 밧줄을 잡고 늘어지면 유연성이 커진다. 목침과 나무 벤치도 굳어진 몸에 ‘말없는 스승’ 역할을 한다. 심지어 시선을 강제로 차단하기 위해 눈을 가리는 부드러운 붕대까지 요가에 동원된다.


"몸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3년 전, 96살에 타계한 아헹가(인도·1918~2014)가 만든 아헹가 요가는 맨몸으로 하는 기존 요가와는 달리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10여개의 보조 도구를 사용한다. 보조 도구는 특정한 자세를 오래 지속하게 하고, 도구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커서 원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아헹가 요가의 또 다른 동작인 세투 반다 사르방가 아사나는 나무 벤치에 다리부터 허리 부분까지만 눕힌 뒤 상체는 거의 직각으로 지면을 향해 늘어뜨리고 고개는 바닥에서 다시 직각으로 펴는 자세다. 몸의 굴절이 심해 엽기적으로 보이지만 심장이 편해지면서, 심장의 관상동맥에 많은 혈액이 공급돼 심장병 환자에게 이상적인 자세라고 한다. ‘몸 수련으로 선의 경지에 이른다’는 요가 세계에서 도구를 사용해 ‘몸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이헹가의 역설인가?


현대적인 요가를 만들어 70년간 전파한 아헹가는 가는 팔다리에 배는 흉할 정도로 튀어나왔고, 머리는 비정상적으로 큰 병약한 아이였다고 한다. 구걸을 해야 할 정도로 가난했고 말라리아, 결핵, 장티푸스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20대 중반에 요가에 입문한 아헹가는 다리를 앞뒤로 가위처럼 벌리는 동작을 하다가 오금의 힘줄이 찢어지는 등의 고통을 참으며 최고의 요가 동작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상상할 수 없는 한계까지 자신의 몸을 밀어붙이는 그의 요가 동작은 ‘아름답고 우아하며 시와 같다’는 찬사를 들었다. 그는 특히 선 채 명상에 이르도록 하는 요가를 강조했다. 아헹가는 보조 도구를 도입하는 ‘파격’을 시도하고 발전시켰다. ‘요가의 성경’으로 불리는 <요가 디피카>를 썼다.


아헹가 요가는 기존 요가와 다른 길을 걸었다. 수련 과정이 길고,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어렵게 만들었다. 최소 3년을 수련해야 초급 지도자 자격을 딸 수 있고, 최고 단계인 13등급까지 오르려면 20년 이상을 수련해야 한다. 6개월 정도의 단기간 과정에 자격증을 주는 기존의 요가와는 확연히 달랐다. 상업적이길 포기한 것이다.


“동작 지루하고 다양하지 못해 외면”


아헹가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는 현천(대구 청량선원장) 스님이다. 대학 졸업 뒤 출가한 스님은 좌선을 주로 하는 선방 생활을 하면서 육체적인 한계에 부닥쳤다. 대학 시절 배웠던 요가가 떠올랐다. 30대 중반인 1993년, 인도에 1년간 머물며 아헹가 요가를 배웠다. 이후 1년에 한두 달씩 인도에 가서 최고급 과정까지 마쳤다. 현천 스님은 “백담사에서 3년 동안 독방에서 문 걸어 잠그고 수행하는 무문관 수행이나 10여 차례 안거를 탈 없이 할 수 있던 것은 요가의 힘이 컸다”고 말한다.


5년 전부터 현천 스님은 학생들에게 요가를 보급하고 있다. 대구 능인고와 대구여고, 강화여고, 경안중, 황금중 등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에게 무료로 요가를 가르친다. 현천 스님은 “청소년 시기에 요가를 하면 척추가 바로 세워질 뿐 아니라 정신 집중력도 놀랍게 향상된다”고 말한다.


현천 스님은 기존 요가에 비판적이다. “일본을 거쳐 들어온 대부분의 요가 동작은 앉아서 하거나 누워서 하고, 어려운 동작을 무리하게 시키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부상을 입어요.” 그는 한때 성황이었던 요가학원이 많이 줄어든 이유가 지도자 자격증을 남발하며 수준이 떨어졌고 동작이 지루하고 다양하지 못해 외면을 받은 탓이라고 했다.


현천 스님은 올해 들어 새로운 시도를 했다. 무료 지도자 과정을 연 것이다. 지도자 과정을 마치고, 2년 안에 초·중·고교에서 40시간의 요가 수업 봉사를 하면 수업료를 되돌려 준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과 대구, 부산 등지에 요가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현천 스님은 “승려이기에 비즈니스라는 틀을 깨고 더 많은 이들이 요가를 접할 수 있게 무료로 요가를 가르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기자에게 그네처럼 걸려 있는 굵은 밧줄에 거꾸로 매달려보기를 권한다. 엉덩이를 걸치고 몸을 뒤로 돌려 다리를 하늘로 올려서 밧줄을 휘감고 공중에 매달렸다. 뇌에 신선한 피가 공급돼 ‘각성된 이완의 상태’가 된 것일까? 그만 내려오라고 할 때까지 편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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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784642.html#csidx841b9d2122a894593866748be9cbc34